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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Lulu Miller ( 정지인 옮김 )
- 줄거리
저자인 룰루밀러는 사랑하는 사람이 자신의 실수 때문에 상처를 받고 헤어지는 경험을 하면서 혼돈을 느끼게 된다. 그 순간 어릴적 아버지에게 '인생의 의미가 뭐예요?'라고 물었고
아버지는 '인생에 의미는 없어'라고 답했던 그 순간을 떠올리게 된다. 아버지는 이 세상에 신적인 존재도, 운명도, 계획도 없으며 '혼돈'만이 우리의 유일한 지배자라고 말했다. 혼돈은 우리의 그 무엇에도 관심이 없으며 그 안에서 인간이라는 존재는 전체 시간의 길이 중 찰나의 순간에 존재하며 전혀 특별하지 않은 한 마리의 개미보다 중요하지 않은 존재라고 말이다. 인간은 중요하지 않다는 말을 실천하듯 아버지는 위험한 일을 즐겼지만 단 하나 거짓말을 허용했는데, ' 다른 사람들도 중요하지 않기는 매한가지지만, 그들에게는 그들이 중요한 것처럼 행동하며 살아가라는 것이었다.'
그렇다면 인간은 이 의미 없는 세상을 왜 살아가는 것이며 통제할 수 없는 혼돈에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 것일까? 룰루밀러는 생각했고 그 해답을 줄 데이비드 스타 조던이라는 분류학자의 삶을 쫒기 시작했다. 조던은 새로운 물고기를 발견하고 이름을 지어주며 한평생을 보냈다. 그는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당대 인류에게 알려진 어류 중 5분의 1을 발견했으며 그가 발견한 어류들을 에탄올에 담가 그가 명명한 이름을 붙여놓았다. 하지만 1906년 대지진이 일어나며 물고기기 담긴 유리병이 깨지고 이름표들이 뒤 섞이며 혼돈이 찾아왔고, 자신이 그동안 혼돈과 맞서 싸우며 그려온 생명의 나무가 미지의 존재로 돌아가는 그 순간에 포기하거나 절망하지 않았다. 그는 바늘을 하나 찾아 그나마 정체를 알아볼 수 있는 물고기에 이름표를 찔러 넣어 꿰매었다. 그는 하나뿐인 아내 수잔이 죽었을 때에도 가장 아끼던 딸이 죽었을 때에도 그는 그 순간에 그가 할 수 있는 일에 더 박차를 가했다.
혼돈이 찾아오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무력한 인간이 할 수 있는 것은 조던처럼 좌절하지 않고 다시 질서를 만들고 나아가는 것일까? 실제로 조던은' 나는 바라는 목표를 향해 끈질기게 일하고 그런 다음 결과를 차분히 받아들이는데 익숙해졌다. 나아가 나는 일단 일어난 불운에 대해서는 절대 마음 졸이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그는 어떻게 위기의 순간에도 좌절하지 않았는지 밀러는 그의 일대기를 더 자세히 조사했다. 하지만 조사할수록 그가 스탠퍼드 부인을 암살했다는 의혹과 그가 우생학을 지지하며 그의 명성을 이용해 우월하지 않은 유전자를 가진 사람들의 불임수술을 합법화하는데 앞장섰다는 것을 발견한다. 룰루밀러는 어쩌면 그가 혼돈에도 좌절하지 않고 자기 뜻대로 무자비한 행동을 이어나간 것이 그가 가진 ' 낙천성의 방패 '때문이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생명의 사다리를 완성하고 그 끝에 우월한 인류만이 서있을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는 사명감을 의심하지 않은 것이다.
룰루밀러는 결국 조던과 아버지의 일대기에서 답을 찾지 못했고 결국엔 그들의 신념에서 벗어나 외치게 된다. 이 세상에 물고기는 없다고 말이다.
생명에는 어떤 기준도 우열도 없다. 우리가 감히 이해할 수 없을 정도로 생명은 복잡하고 다양한 형태로 존재하고 있다. 하지만 인간이 분류해 놓은 어류라는 범주가 이 모든 생명의 미묘한 차이를 가리고 있으며 우리의 지능을 깎아내려 잘못된 거리 감각을 만들어낸다. 생명의 복잡성을 감추고 편하게 살기 위해, 사다리의 윗자리를 유지하기 위해 인간은 언어적 거세를 일삼는다. 밀러는 물에 서식하는 생명을 어류로 통칭해 버리고 특정 시대의 기준에 따라 열위에 있다고 판단한 유전자는 말살시키는 것이 얼마나 우매한 것인지 깨닫는다.
하지만 이 책은 조던과 아버지가 그리고 인간은 어리석고 의미 없는 존재라는 것에서 끝나지 않는다. 밀러는 우리는 중요한 존재이며 모든 것은 관점의 차이일 뿐이라고 외친다. 우주에게 인간이라는 존재는 티끌에 불과하며 하찮은 존재일 수 있다. 하지만 우리 인간을 아파트, 가족 등 다른 관점에서 본다면 서로서로 가라앉지 않도록 띄워주며 그물망으로 이어져있다. 우리는 서로 존재함을 알고 믿고 의지함으로써 중요해진다. 이것은 거짓말이 아니라 오히려 자연을 더욱 정확하게 보는 방식이라고 말한다. 어떤 사람에게 민들레는 잡초처럼 보일지 모르지만 다른 사람에게는 그 똑같은 식물이 약초가 될 수 있고 염료가 될 수 있다. 이것이 다윈이 독자들에게 인식시키고자 했던 관점일 것이라고 밀러는 이야기하며 책은 끝난다.
- 느낀점
최근 기후변화가 더욱 가속화되면서 태풍, 가뭄, 홍수 등 자연재해가 자주 발생하고 있고 코로나바이러스 등 우리가 통제할 수 없는 일들이 발생하면서 자연 앞에 인간이 얼마나 하찮고 무력한 존재인지 깨닫게된다. 한편으로는 AI, 화성탐사 등 기존 인간의 한계를 뛰어넘고 불가항력적인 것이라고 알려졌던 것들에 대한 도전이 이어지고 있다. 혼돈은 예고없이 더 자주 우리를 위협하고 인간은 한계를 뛰어 넘으려고 하는 이 상황에서 우리는 어떤 자세를 가져야하는지 알려주는 책인 것 같다.
언젠가 김상욱 교수님의 '모두를 위한 물리학' 강의를 들은 적이 있다. 이 강의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내용은 인간은 우주의 역사에 있어서 찰나의 시간을 살고 있는 것이며 아주 작은 존재라는 것이다. 그리고 우주의 구성 원소와 우리 몸의 구성 원소가 같다는 것은 우리가 우주의 일부분이며 죽더라도 다시 원자의 형태로 돌아가 우주의 일부분으로 존재한다는 것이었다. 이 물리학적인 원리가 신기하게도 그동안 내가 가지고 있었던 죽음에 대한 불안과 내면의 욕망을 잠재워주고 나를 단단하게 만들어주는 계기가 되었다. 이 강의를 들은 후에는 내가 아끼는 사람의 죽음을 상상하며 슬퍼하지 않게 되었고 경쟁에서 졌음에 슬퍼하거나 사소한 일희일비하지 않게 되었다. 그리고 인생의 목표를 이루지 못할까 봐 불안에 떨지 않게 되었다.
책에 등장하는 밀러의 아버지와 조던 또한 어떠한 신념이 자신의 약한 부분을 지지하고 살게 만들어주는 원동력이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인간이 중요하지 하지 않은 존재라고 믿었기에 아버지는 대범하게 살 수 있었다. 조던 또한 생명의 사다리를 만들고 우월한 유전자를 통해 생명의 사다리의 위에 인류가 존재할 수 있도록 힘써야 한다는 사명감이 가족의 죽음과 자신의 업적이 한순간에 무너졌음에도 버티고 다시 한걸음 내딛을 수 있는 힘이 되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나를 지지하고 살게 만들어준 이 신념이 무너진다는 것은 자신의 어떠한 중요한 부분을 건드리는 것이기에 조던은 나이가 들수록 우생학을 퍼뜨리기 위해 더욱 힘쓰고 바닥에 널브러진 물고기에 이름표를 찔러 넣었을지도 모른다.
이 책이 좋았던 점은 아버지와 조던의 신념들은 잘못되었고 의미 없는 짓이었다는 결론에서 끝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우주에서 인간이라는 존재는 티끌에 불과하다는 것은 사실이며 우리는 먼저 이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 우리의 존재를 겸손하게 받아들일 때 조던처럼 자신의 우월성에 취해 폭력적인 일을 저지르지 않고 명민하고 선한 인간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사실에 좌절하지 않고 우리가 중요하지 않다는 것은 우주의 무한한 관점 중 하나의 관점일 뿐이라는 것도 알아야 한다. 별의 무한함과 우생학적인 관점에서 우리는 중요하지 않을지도 모르지만 우리는 살면서 어머니를 대신해 줄 정도로 소중한 존재를 만나기도 하고, 서로 웃음을 만들어내기도 하며 한 사람이 가장 어두운 곳에서 살아남게 해주는 근원이 되기도 한다.
이러한 것을은 분명히 존재하는 것이며 인간이 중요하다는 것을 뒷받침해 주는 증거라고 생각한다.
저자는 인생에 다시는 없을 것 같았던 사랑하는 사람을 만났지만 자신의 실수로 사랑하는 사람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주고 이별하면서 혼돈을 느꼈고, 고통에서 벗어나기 위해 조던의 삶을 조사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나 역시 살면서 나의 말과 행동으로 인해 내가 아끼는 사람에게 상처를 준 것에 후회를 하곤 한다. 여전히 그런 기억들이 떠오를 때면 힘들고 시간을 되돌릴 수 없다는 사실에 허무함을 느끼기도 한다. 그 외에도 붙고 싶었던 시험에 떨어질 때, 다른 사람의 마음이 내 맘처럼 움직여지지 않을 때 무력감에 빠지고 화가 난다.
하지만 그때마다 이 책을 떠올리며 나는 내가 원하는 대로 통제할 수 없는 작은 존재임을 깨닫고 겸손해지려고 노력한다. 그리고 내가 후회하고 단점이라고 생각하는 것들이 더 넓은 관점에서 본다면 나에게 장점이 될 수 있으니 쉽게 단정 짓고 좌절하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내 안에 불안한 마음 덕분에 내가 공부를 더 열심히 할 수 있고 더 좋은 미래를 위해 노력하는 원동력이 될 수 있었던 것처럼 말이다.
그러면서도 내가 여러 관점에서 더 중요한 존재가 될 수 있도록 스스로 노력하려고 한다. 누군가에게 중요한 존재가 될 수 있도록 소중한 사람들과 중요한 추억들을 만들고 사소한 행복들을 쌓아갈 것이다. 이 책은 인생을 조금 더 여러 관점으로 볼 수 있도록 나를 성장시켜 준 책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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